초저녁잠
상담을 갈때 자료로 보여줄 책을 많이 가지고 다녀서 한 번 다녀오면 죽을맛이다.
치마는 짧고, 스타킹은 올리다 만 것처럼 짧아서 뒤가 보일까 두렵고,
마이속은 나시가 깊게 파여 보일까 두려웠다.
돈은 있는데 만원짜리만 있어 승강장에서 버스 기다리다 다시 길건너 차표 사서 잔돈 마련해
버스타고 집에 돌아왔다.
남편은 택시타고 다니라고 하지만 난 걸어서, 또는 버스타고 다닌다.
정말 모닝차 뽑아서 타고 다니고 싶은 맘 굴뚝 같다.
사고날까봐 차 운전 못하게 하는 사람
내 급여로는 차 한 대 굴리면 남는 것 없다는 말
일 뼈빠지게 하기 싫어 차 못사는 나
정말 싫다.
버스 기다리다보면 많은 여자들 운전하고 다닌다.
그 사람들 정말 나보다 나아서 운전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이런 쓸데없는 잡념에 시달리다 저녁만 먹으면 난 잔다.
아들은 컴게임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만하라고 해도 듣지도 않는다.
다그치다 나만 잔다.
애한테는 저녁에 엄마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늘 잠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우리딸은 독서실이 좋다며 개인과외를 시켜달라는 눈치다.
공부 무진장 열심히 한다고.
엄마 돈 벌기 힘드니까 돈 내는 유료 독서실말고
무료인 도서관 다니라고 했더니 말도 안한다.
집근처에 새로 생긴 독서실과
대학교에 있는 초중고 출입 금지라는 게시판이 붙어 있는 열람실 정말 비교 안되지.
하지만 능력 없는 엄마인데 어쩌라구.
엄마몸 무리해가며 버는 돈 너한테 쓰지 못하겠구나.
네가 알아서 아버지한테 능력껏 타다 써라.
엄마 능력은 여기다.
지금 다리도 아프고,
하는일도 버겁다.
육체노동 중에 상노동 같게 여겨진다.
너는 공부해서 네가 원하는 여유로운 삶 가꿔나가길 바랄께.
아들놈 비만과 전쟁을 해야겠다.
고기만 먹는 남편과
고기만 좋아하는 아들놈
한 쪽은 빼싹 말라가고,
아들은 날로날로 살만 찐다.
살 안쪄서 고민인 사람 데려다
호수같이 살찌게 만들면 돈 벌 수 있는 일 없나?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이 안먹고, 안찌고, 안커서 걱정이라는데.
우리집은 말을 안해서 아이들이 살찌는 것 같다.
하루종일 먹는 것은 다 먹고 다 묵묵부답이다.
그냥 알아서 하고,
그냥 눈치로 처리하고,
그냥 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별난 가족이다.
말을 시켜도 단답형
대답듣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들다.
대화거리 찾기가 돈 버는 일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진다.
나가서 하라면 자신 있는데.
오늘도 상담센터 교육 안갔다.
마음이야 가고 싶지만
교통도 불편하고,
남편도 오전 퇴근이라
점심밥해야 된다.
병원은 계속 다니는데 차도가 있는건지.
아프지 말자.
아프면 돌봐줄 사람도 없고,
남한테 짐만 될 뿐이다.
멋있게 살아야지.
일도 멋있게
몸매도 예쁘게
말도 아름답게
만남도 우아하게
집도 깔끔하게
음식도 맛나게
쓰레기와 살지 말자. 요즘 내가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