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오뎅국물
오월의 신부
2002. 1. 15. 15:25
서울 다녀오고나서 다음날 나는 심하게 앓았다.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어서 침대에 누워 <나는 조선의 국모다. 3편>을 읽었다. 명성왕후에 대해 나오는 책이라 읽을만 했다. 저녁때까지 잘 지냈는데 친정엄마와 서울다녀온 이야기 나누고 밤 9시경에 저녁을 먹기위해 상을 차렸다. 오뎅국물을 끓여 상위에 올려놓고 난 밥을 푸고 있었는데 호수가 갑자기 울었다. 뺑뺑돌다 상위에 넘어져서 뜨거운 국물에 덴 것이었다. 내복을 벗기고 찬물로 씻기고 후시딘을 발라 주었다. 빨갛게 데인 자리가 넓게 퍼져있었다. 왼쪽팔인데 유독 팔 접힌 쪽 위가 피부가 흐물거렸다. 약국에 전화했더니 받았다. 하지만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 호출택시를 불렀다. 근무중인 남편한테 전화하고 싶었지만 걱정 끼치기 싫어 미래와 현대병원응급실로 갔다. 병원에 들어서자 호수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하얀 소독약으로 기부스하는 것처럼 듬뿍 바르더니 붕대를 감아주고 주사를 놓았다. 처치하는 동안 호수는 워낙 떼를 쓰며 울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대단하다고 혀를 찼다. 치료는 간단했는데 호수가 막무가내라 나도 진땀을 흘렸다. 흉터는 안진다고 했다. 하지만 상태를 봐야 알겠지만 소독은 계속 해줘야 한다고 했다. 내가 대략 소요기간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더니 5일은 날마다 소독을 하러 와야 한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까 호수는 늦은 저녁을 먹고 잘 놀다 자정이 지나 잠들었다. 너무 허기졌다. 아픈데도 설겆이 하고 아이들 밥 잘 챙겨먹이려고 하다 순식간에 이런 사고나 일어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나에 대한 원망을 하면서 내일 치료할 때 애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집에서는 괜찮았는데 병원에 가니까 동전만하게 피부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남편이 기분좋게 퇴근해서 왔다. 난 망설이다 어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아무말도 안하고 굳은 표정으로 컴퓨터방으로 남편은 들어갔다. 늦게 일어난 호수 밥을 먹이고 약을 먹이려고 난 애를 썼다. 발버둥치고 말로는 약 안먹는다고 말하고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다. 난 점점 큰소리치고 억지로 뉘여서 팔다리 다 잡고 약을 먹이려고 했으나 혼자서는 먹일수가 없었다. 남편은 먹이지 말라고 했다. 난 안도와주는 것도 밉상인데 거기다 한 술 더 뜨는 남편이 너무 미워 호수한테 협박을 했다. 약 안먹으면 엄마 나갈테니까 아빠랑 있으라고 큰소리쳤다. 약 먹으면 호수가 갖고 싶어하는 덤프트럭 사 준다고 해도 호수는 약 안먹고, 차도 사주지 마라고 했다. 말은 왜 그렇게 잘 하는지. 점심때가 다 되어 갔지만 난 안절부절 정신이 없었다. 약 먹이려고 실랑이하다 붕대가 약간 풀려 내려갔는데 허물이 붕대에 붙어 있었다. 얼마가 이렇게 생겼는지 알 수도 없는데다 치료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가슴을 짓눌렀다. 약은 하루에 4번 먹이라고 했는데 어제 저녁 한 번 억지로 한 번 먹이고 오늘 아침부터 못먹이니까 걱정이 크게 되었다.특히 덴 자리는 상처가 곪기라도 하면 큰일날 것 같았다. 빨리 낫게 하기 위해 약을 꼭 먹이야겠는데 정말 뜻대로 안되니까 정말 화가 났다.11시 50분에 병원 다녀오자고 남편한테 말하니까 오후에 가자고 했다. 난 호수 옷을 입혀서 병원 갈 준비를 했다. 남편이 거실로 나와 우리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 말하기도 싫어 그냥 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호수가 다시 밖에 나가자고 해 기다리는 동안 애를 업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사람 피말린다는 말이 이럴때 쓰는 말 같았다. 진료가 시작되었다. 붕대를 풀자 오백원짜리 동전만하게 부풀은 데 한 곳만 소독하고 나머지는 괜찮다고 했다. 호수는 정신 빼놓을만큼 울어댔다. 땀이 흘러내릴만큼 힘든 시간이 지나갔다. 아프지도 않은데 지레 겁먹고 울어대는 아들녀석이다. 남편이 이런 모습 안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홀가분하게 점심을 해먹었다.병원 안 다녀왔으면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굉장히 괴로왔을 시간이었다. 남편과는 저녁때까지 말없이 지냈다. 내가 점심때 상태를 설명한 것이 전부다. 직원이 전화해서 나간 남편은 저녁7시쯤 나가서 11시쯤 돌아왔다. 난 그사이 목욕하고 컴퓨터하고 호수방 정리하고 쓰레기 버리고 할 것 다했다.
남편이 미래한테 물었단다. "호수 다쳤을 때 왜 전화안했어?"미래 대답이다."엄마가 아빠 근무고 걱정한다고 안했어요."
격일제 근무가 이래서 힘들다. 무슨 일 있을때 금방 연락하기도 안하기도 어중간하다.난 혼자 처리해버리는 경향이다. 남들한테 칠칠맞다는 이야기 듣기 싫어 힘들어도 혼자 해결한다. 아주 씩씩하게 그리고 온 힘을 빼가며. 우리 남편은 이런 내가 아주 맘에 안드는 모양이다. 어제는 아들녀석 때문에 혼줄이 나고 오늘은 아들에 남편까지 속 섞여 정말 속 터지는 줄 알았다. 뭐라도 대꾸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종일 묵묵부답이니 사람 참 힘들다. 아주 고문 당하는 심정이다.운좋게 옆집에 새로 이사온 아줌마가 놀러 오라고해서 저녁하기전에 잠깐 나가서 쉬다가 들어왔더니 그래도 좀 지낼만했다. 수다가 필요한 건 이럴때인것 같다. 당장 오늘일 아니더라도 어떤 이야기라도 하고나면 속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일요일날 아침에 꿈을 꾸어서 밖 출입을 안하고 온종일 집안서만 지냈더니 하루가 다 지나가는 오밤중에 정말 몸서리쳐지는 한때를 보냈다. 화상은 안당하게 키우려고 무진 애를 쓰고 살았는데 이렇게느닷없이 일을 당할줄은 정말 몰랐다.
집에 돌아오니까 호수는 늦은 저녁을 먹고 잘 놀다 자정이 지나 잠들었다. 너무 허기졌다. 아픈데도 설겆이 하고 아이들 밥 잘 챙겨먹이려고 하다 순식간에 이런 사고나 일어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나에 대한 원망을 하면서 내일 치료할 때 애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집에서는 괜찮았는데 병원에 가니까 동전만하게 피부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남편이 기분좋게 퇴근해서 왔다. 난 망설이다 어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아무말도 안하고 굳은 표정으로 컴퓨터방으로 남편은 들어갔다. 늦게 일어난 호수 밥을 먹이고 약을 먹이려고 난 애를 썼다. 발버둥치고 말로는 약 안먹는다고 말하고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다. 난 점점 큰소리치고 억지로 뉘여서 팔다리 다 잡고 약을 먹이려고 했으나 혼자서는 먹일수가 없었다. 남편은 먹이지 말라고 했다. 난 안도와주는 것도 밉상인데 거기다 한 술 더 뜨는 남편이 너무 미워 호수한테 협박을 했다. 약 안먹으면 엄마 나갈테니까 아빠랑 있으라고 큰소리쳤다. 약 먹으면 호수가 갖고 싶어하는 덤프트럭 사 준다고 해도 호수는 약 안먹고, 차도 사주지 마라고 했다. 말은 왜 그렇게 잘 하는지. 점심때가 다 되어 갔지만 난 안절부절 정신이 없었다. 약 먹이려고 실랑이하다 붕대가 약간 풀려 내려갔는데 허물이 붕대에 붙어 있었다. 얼마가 이렇게 생겼는지 알 수도 없는데다 치료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가슴을 짓눌렀다. 약은 하루에 4번 먹이라고 했는데 어제 저녁 한 번 억지로 한 번 먹이고 오늘 아침부터 못먹이니까 걱정이 크게 되었다.특히 덴 자리는 상처가 곪기라도 하면 큰일날 것 같았다. 빨리 낫게 하기 위해 약을 꼭 먹이야겠는데 정말 뜻대로 안되니까 정말 화가 났다.11시 50분에 병원 다녀오자고 남편한테 말하니까 오후에 가자고 했다. 난 호수 옷을 입혀서 병원 갈 준비를 했다. 남편이 거실로 나와 우리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 말하기도 싫어 그냥 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는데 호수가 다시 밖에 나가자고 해 기다리는 동안 애를 업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사람 피말린다는 말이 이럴때 쓰는 말 같았다. 진료가 시작되었다. 붕대를 풀자 오백원짜리 동전만하게 부풀은 데 한 곳만 소독하고 나머지는 괜찮다고 했다. 호수는 정신 빼놓을만큼 울어댔다. 땀이 흘러내릴만큼 힘든 시간이 지나갔다. 아프지도 않은데 지레 겁먹고 울어대는 아들녀석이다. 남편이 이런 모습 안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홀가분하게 점심을 해먹었다.병원 안 다녀왔으면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굉장히 괴로왔을 시간이었다. 남편과는 저녁때까지 말없이 지냈다. 내가 점심때 상태를 설명한 것이 전부다. 직원이 전화해서 나간 남편은 저녁7시쯤 나가서 11시쯤 돌아왔다. 난 그사이 목욕하고 컴퓨터하고 호수방 정리하고 쓰레기 버리고 할 것 다했다.
남편이 미래한테 물었단다. "호수 다쳤을 때 왜 전화안했어?"미래 대답이다."엄마가 아빠 근무고 걱정한다고 안했어요."
격일제 근무가 이래서 힘들다. 무슨 일 있을때 금방 연락하기도 안하기도 어중간하다.난 혼자 처리해버리는 경향이다. 남들한테 칠칠맞다는 이야기 듣기 싫어 힘들어도 혼자 해결한다. 아주 씩씩하게 그리고 온 힘을 빼가며. 우리 남편은 이런 내가 아주 맘에 안드는 모양이다. 어제는 아들녀석 때문에 혼줄이 나고 오늘은 아들에 남편까지 속 섞여 정말 속 터지는 줄 알았다. 뭐라도 대꾸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루종일 묵묵부답이니 사람 참 힘들다. 아주 고문 당하는 심정이다.운좋게 옆집에 새로 이사온 아줌마가 놀러 오라고해서 저녁하기전에 잠깐 나가서 쉬다가 들어왔더니 그래도 좀 지낼만했다. 수다가 필요한 건 이럴때인것 같다. 당장 오늘일 아니더라도 어떤 이야기라도 하고나면 속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일요일날 아침에 꿈을 꾸어서 밖 출입을 안하고 온종일 집안서만 지냈더니 하루가 다 지나가는 오밤중에 정말 몸서리쳐지는 한때를 보냈다. 화상은 안당하게 키우려고 무진 애를 쓰고 살았는데 이렇게느닷없이 일을 당할줄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