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신부 2009. 4. 8. 12:32

친정 한 번 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친정이 오지여서 버스가 잘 안들어가 갈 때마다 대천에 사는 동생이 언니를 위해 수고해준다.

청양까지 가면 대천에서 마중을 나와 함께 청양집에 간다.

우리 엄마 가슴속에 자식들 걱정으로 타들어간다.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죽도록 일했건만,

당신 자식들이 아주 고생하며 사는데 부모가 있어도 도와주지 못하니 정말 맘아프단다.

그런 이야기 보따리 다 들어주며 그래도 엄마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셨으니 고맙다고 위로해 드렸다.

 

 

나보고 개똥을 치우라고 알려주시고,

나무보일러 찐듯한 찌거기 치우는 법 알려주시고,

일하러 나갈때 재 버리고,

밭에서 돌아올때 나무 실고 오라고 일하는 요령 알려주신다.

 

 

내가 잘해야 동생들도 따라한다고 아직도 알려 주실 것이 아주 많은 모양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떡만 가득할뿐 반찬은 없었다.

시장도 먼 곳에서 사는데,

하루 세끼 밥을 차려내셔야 하는데

냉동실은 ㄷ텅 비어 있었다.

 

 

 

엄마 떡 하지 말고,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 사 드세요.

들기름 짜는 비용으로 엄마 고기 사서 드세요.

자식들 걱정하지 마시고, 엄마가 친구들 만나 이야기 나누며 행복하게 사시길 바래요.

 

 

쪼글쪼글 우리 엄마 주름에 로션 사다 듬뿍 발라 주어야겠어요.

바짝 마른 몸에 여기저기 할 일 많은 엄마들 위해 내가 하루쯤 대신 살아주고 싶어요.

우리 엄마는 너무 바쁘게 일하시는 분이라서 놀고 있는 제가 미안해져요.

 

 

깨끗한 우리집 친정.

아버지 동생 엄마 셋이서 각자 방한칸씩 차지하고 아름답게 사시는 모습 아름다워요.

꽃을 잘 가꾸는 엄마 마음씨가 너무 아름다워요.

자식들 끼니 걱정하느라 쌀 떨어질까봐 걱정하고,

손자들 밥 굶을까 떡해대느라 바쁜 우리 엄마 보면 언제쯤 걱정 벗어던질지 가슴 아파요.

 

 

 

엄마와 단둘이 여행가서 엄마를 위해 밥을 지어드리고 싶어요.

빨래도 없는 곳에 엄마 초대하고 싶어요.

 

 

엄마 큰 사위  수술한지 일년 되는 날이예요.

엄마  몸에 칼 댄 자국에 제가 맘이 너무너무 아팠는데

신랑 몸에 칼 댄 자국 선명한 배를 보면 맘이 너무 아파요.

지난 일년 동안 아기 돌보듯이 남편 대하며 살았어요.

아무도 몰라요.

엄마만 알고, 저만 아는 그 가슴 저미는 슬픔.

오늘부터는 웃으세요.

저도 웃으면서 삺아가렵니다.

다시는 수술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지금부터 걱정버리고 살거랍니다.

제 걱정 하지 마세요.

제가 잘 할 수 있어요.

 

 

엄마가 주신 떡 3가래를 제가 아는 이에게 주었더니 자기 이야기 보따리 풀어놓고 가네요.

동생이 알면 굉장히 좋아할 거예요.

언니가 마음이 열렸다고 느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