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시어머님 칠순--신경숙-
오월의 신부
2002. 7. 6. 19:17
시어머님 칠순이라서 시댁에 다녀왔다.
역시 아무도 와있지 않았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데 곰국과 김치뿐이었다.
아버님께서 자식들 생각해 보일러 온도를
올려놓으신 까닭에 집안은 너무 너무 더웠다.
그안에서 어머님과 함께 여늬때처럼 쭈그리고 앉아
부침개를 부쳤다.
그리고 어머님께선 이모님댁에 가셨다.
다음날이 제일 가깝게 지내시는 이모님의 둘째딸
결혼식이었기에 마음은 줄곧 그곳에 가계셨다.
난 혼자서 나물을 무치고 그밖에 마른반찬들을 준비했다.
늘 이렇게 혼자서 하던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정말
맥빠지고 하기가 싫어서 혼났다.
한번도 같이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한적 없는 형님이
정말 너무도 많이 원망스러웠다.
저녁때 이모님댁에서 김치,떡,홍어생채,콩나물을
가져오셨다.
저녁 8시가 넘어 세 시누가 모두 도착했다.
큰시누가 김포에서 횟집을 하는데 회를 잔뜩 가지고 와서
푸짐하게 잘 먹었다.
그런가운데 또 빠지지 않게 어머님 아버님은 옷가지를
가지고 나오셔 자랑을 하셨다.
큰며느리가 백화점에 가서 사준옷인데 웃도리 하나에
얼만지 아냐고...자그마치 이거 하나에 십구만원이더라고...
아버님도 질세라 여러벌의 옷을 구입했는데 마음에
쏙 든다고 하셨다.
아들 딸 사위들은 하나같이 잘 샀다고 안목있다고
말씀들 하셨다.또다시 난 죄스럽고 난 뭘 해드렸나
하는 생각에 챙피하며 우울해졌다.
술도 마시며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대전 아주버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1시간 후인 11쯤 도착한다고...
어머님께서 얼른 다 치우고 상을 다시 보라고 하셨다.
그러자 시누들 모두가 하나같이 무슨 큰일을 했다고
상을 다시 보냐고 그냥 우리도 이렇게 먹었으니까
그냥 그상에서 먹게 하라고 화를 냈다.
항상 그렇게 오밤중에 와서 모두를 기다리게하는
형님내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얼마나 큰지 처음으로
털어내 놓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큰 사람이기에 끝내는 먹던 상을 모두치웠다.
큰형님이 도착해 나가보니 한차가득 싣고 왔다.
너무도 뜻밖이라 다들 놀랬다.
큰아주버님 내외는 무슨 깜짝쇼라도 준비한것처럼
모든것을 철저히 준비해 오셨다.
상차림에 필요한 것들을 커다란 꽃바구니 두개부터
시작해 모두 준비해 오신거였다.
다들 하나같이 큰사람은 역시 다르다는둥 돈 많이 들었겠다며
어떻게 이런생각을 다 했냐는 감탄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늦은시간이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여섯시가 못된시간에 모두를 깨워 밭으로 나가
고추말뚝을 박았다.
어머님 생신때 마다 하는 하나의 행사이다.
모두 밖으로 나가고 형님 내외는 상을 차렸다.
나도 도우려 했지만 도울일이 없었다.
형님과 계획했던 것이 따로 있어서 인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8시가 좀 넘어 작업을 끝내고 안으로 들어오니
모두들 빨리 씻고 옷갈아 입고 판사진을 찍을꺼니까
서두르라고 하셨다.
다들 안보이는데서 궁시렁거렸다.
이정도로 할꺼면 사전에 귀뜸이라도 해줘서 옷이라도
갖춰입게 할것이지 이게 뭐냐고...
아무 준비도 없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절을 올릴 생각으로 여자들은 한복을 준비해간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진찍고 노래도 불러드리고 케잌도 자르고 하다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다들 배가 고파 아우성이었다.
새벽부터 일을 하고 그때까지 그냥 있었으니 당연한
사태였다.
아버님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 지셨고 빨리 빨리 하라고
하시며 그만하라고 제촉하셨다.
사진사가 도착해 정성껏 잘 준비하셨다고 한마디 하셨다.
요즘 이렇게 실물로 상차리는집 없다고..다 모형이지...
사진으로 찍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혀 모른다고.
자식들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하셨다.
늦은 아침식사를 끝내고 다들 낮잠을 잤다.
피곤했었고 잠이 부족했던 까닭에 다들 졸립다고 했다.
한참을 그렇게 잤는데 고모님이 오셨다는 소리에 다들
깼다.
상을 차려드리고 밖에 나와있는데 방안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모여있는듯 했다.
뒤꼍에 있는 병아리에게 모이를 주며 남편과 애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들어오라는 소리에 작은방에 들어서니 빼곡히
시누들이랑 형님내외가 앉아 있었다.
이야기가 다 끝난듯 결과를 통보하듯 내게 말했다.
그동안 계돈의 지출명세서를 건네주면서..
그리고 오늘 상차리는데 120만원이 들었다고(옷값 56만원포함)
물론 큰형님내외가 개인부담으로 준비하신거지만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20만원씩 집집마다 별도로
걷기로 하자고.나머지 20만원은 계돈으로 하고.
난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그동안 못했던 불만을 처음으로 거침없이 얘기했다.
큰형님네 한테 정말 많이 화가 났다.
그리고 부모님한테도 시누들 한테도 정말 많이 화가 났다.
4년여 동안 거친돈은 천이백삼십오만원인데 한푼도 없이
다 부모님께 써버린것에 대한것과 그동안
형제들이 썼던 모든것들이 모두 다 계돈으로 움직여왔던것이었는데
그런줄도 모르고 자랑하시는 부모님앞에서 주눅들어야만
했던 내가 너무 분했다.
그래서 난 얘기했다.
한번도 아니고 늘 왜 이런식이냐고...
기분은 아주버님이 다 내고 늘 결과는 이런저런이유로
계돈으로 충당하냐고.
사는거 다 뻔해서 어느한쪽에 부담줄수 없기에
이번같은 경우도 이렇게 목돈을 쓰면 우리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당연히 계돈으로 하든지 지금처럼 돈을 걷자는 얘기나오지.
그리고 난 솔직히 계돈내는것도 부담스러웠지만 그나마
부모님께 들어가는 돈이니까 그냥 효도한다 생각하며
내왔지만 그래도 그밖에 더 해드릴수없음으로 늘
부모님앞에 죄인처럼 살아왔다고...
그랬더니 큰 시누가 대뜸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힘든건 너만 힘든거 아니라고 다들 계돈이 부담스러운건 마찬가지라고..
그따위로 생각하려면 당장 계를 깨버리라고 윽박을 질렀다.
그순간 내 옆에 앉아있던 남편이 누나를 향해 대들었다.
지금 그얘기가 아니잖냐고.왜 싸우려고만 드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순간 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남편한테 싫은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말한거였는데
뜻밖의 사태에 울음이 터졌다.
남편은 내게 울거 없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모두가 큰시누에게 왜그러냐고 내말을 이해시키며
제발 소란좀 떨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내게도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너무 놀랬다고 말했다.
부모님께선 늘 우리를 칭찬하셨다고 하셨다.
늘 일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와주었고 막내이면서
외며느리인양 맏며느리 역할까지 다 해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하신다며 모두에게 우리한테 고마워하라고 늘 말씀 하셨단다.
그리고 이번 어버이날만 해도 우리만 다녀갔다고 해서
다들 그 자식이 최고라고 전화상으로 칭찬했다고.
형님네 식구가 매일 아프고 바빠서 무슨일있으면 혼자 일하는데
나쁜사람들어왔으면 매일 싸울일이라고...
올캐가 싹싹해서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거라고.
갈수록 난 더 많이 눈물이 났다.
내친김에 난 그런 입바른 소리도 싫다고 했다.
매일같이 혼자인양 죽어라 일하고 나서 힘들었겠다는둥
네가 최고라는둥 한마디 하고나면 늘 자연스럽게
당연한듯 여기는거 이제는 정말 싫다고...
칭찬도 더 잘하라는 부담으로밖에 안들린다고 말했다.
늘 사람들이 모이면 자리에 없는 형님의 빈자리를
메꿔주시기위해 여러모로 형님내외를 추켜세우며 받은것들을
더 부각시켜 자랑을 거듭하시며 아파서 그런다 바빠서 그런다시며
이해시켜려고만 드는 부모님 얘기도.
그얘기끝에 시누들이 말했다.
오빠(아주버님)에게도 이번같은경우엔 다른사람은
몰라도 같은 며느리 입장이니까 동생네와는 상의를
했어야했다고 정리를 해줬다.
늘 음식을 준비해야했던 올케에게는 당혹스러웠을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고 늦은점심식사를 한후 한참후에
형님이 많이 아프다며 방으로 들어왔다.
별일 아니거니 생각하며 그냥 바라보고 있는데 아주버님께서
밖에서 계속 다 토했다며 손을 따주셨다.
형님은 이불을 덥고도 춥다면서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머리도 너무 아프다고 했다.
막내시누가 우황청심환을 갖다주고 머리에 열이난다며
물수건을 갖다 얹어주고 나갔다.
너무 아파하는데 모두들 밖에서 웃고 떠드느라 신경써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순간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서 다가가 손과 발을 주물러 드렸다.
차가웠다.
그런데 형님이 내 손을 꽉 잡으셔서 얼굴을 보니
우시는 것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린 같은 집에 시집온 동지라는 생각에 내가 했던행동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냥 이번에도 아무말 없이 웃고 넘어갈것을...
갑작스런 나의 반응에 너무 많이 놀래셨나 보다.
그리고 형님이 말씀하셨다.
다 내잘못이라고.나이먹어서도 내가 할일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거라고.
동서잘못 아무것도 없다고.
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아프지 말라고 얘기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난 다만 같이 일하며 같이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싶은
바램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늘 어머님과 단둘이서가 아니라 형님과 함께 색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인데...
그 분위기에서도 그렇게 많은식구들이 모여있음에도
나몰라라 하며 한번도 방에 들어와 좀 어떠냐고
묻지도 않는 시댁식구들이 참 야속했다.
그렇게 한참을 형님은 우셨다.
모두들 가고 나는 형님이 주무셔서 저녁밥을 준비해
같이 먹고 이모님댁에 성의껏 돈을 넣으라며 봉투를 주시기에
삼만원을 넣고 싸주는것들을 들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차에서 잠이 들었고 우리도 오다가 너무
졸려서 중간쯤에서 차를 세워놓고 잠을 잤다.
돌아와 생각해본다.
있었던 일들을.
혼자서 생신상을 두번이나 우리집에서 차렸었지만
한번도 돈을 건네받은적 없었고
늘 혼자 동동거리며 외롭게 주방을 오갔던 내 모습.
툭툭 내뱉던 습관같은 칭찬속에서 한없이 외롭던 나.
어쩌다 빈손으로 가면 썰렁한 밥상앞에 민망해하며
죄스러웠던 불편한 마음들.
돌아오는 우리들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보시던 그못습에
얼마나 많이 맘이 아팠고 다짐을 했던가.
우리가 이렇게 따뜻한 배웅을 언제까지 받을수 있을까.
이제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를 두분이실텐데 잘해드려야지.
더 자주와서 아이들 재롱 많이 보여드려야지...
맛있는거 있으면 제일먼저 갖다드리려 애썼던 우리 가족이었다.
아주버님 면회도 늘 우리와 함께 동행했었고...
하지만 이제 다 싫어진다.
이제는 다 나몰라라하며 편하게 살고 싶다.
그냥 내 실속차려가면서 살고 싶다.
칭찬도 싫다.구속인것만 같아서.
헤어나올수 없게 만드는 그런 칭찬 정말 싫다.
숨이 막히는것만 같다.
계돈의 용도도 마음에 안든다.
아픈 아주버님도 남은 자식들의 몫이고
연로하신 부모님의 노후도 우리들의 몫일텐데
이렇게 모일새도 없이 다 써버리는것도 못마땅하다.
다음주면 제사인데 가고 싶지 않다.
그냥 아무런 연락없이 불참하고 싶다.
전화도 하고 싶지 않을만큼 쓸데 없는 오기가 생긴다.
왜 이러는 걸까.
그날 다 털어버린줄 알았는데 내속엔 더 많은것들이
침체되어 있는가 보다.
하지만 나를 다 이해한다며 예전보다 더 많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신랑이 있는데 어쩐다지.....
심란하다.
역시 아무도 와있지 않았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는데 곰국과 김치뿐이었다.
아버님께서 자식들 생각해 보일러 온도를
올려놓으신 까닭에 집안은 너무 너무 더웠다.
그안에서 어머님과 함께 여늬때처럼 쭈그리고 앉아
부침개를 부쳤다.
그리고 어머님께선 이모님댁에 가셨다.
다음날이 제일 가깝게 지내시는 이모님의 둘째딸
결혼식이었기에 마음은 줄곧 그곳에 가계셨다.
난 혼자서 나물을 무치고 그밖에 마른반찬들을 준비했다.
늘 이렇게 혼자서 하던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정말
맥빠지고 하기가 싫어서 혼났다.
한번도 같이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한적 없는 형님이
정말 너무도 많이 원망스러웠다.
저녁때 이모님댁에서 김치,떡,홍어생채,콩나물을
가져오셨다.
저녁 8시가 넘어 세 시누가 모두 도착했다.
큰시누가 김포에서 횟집을 하는데 회를 잔뜩 가지고 와서
푸짐하게 잘 먹었다.
그런가운데 또 빠지지 않게 어머님 아버님은 옷가지를
가지고 나오셔 자랑을 하셨다.
큰며느리가 백화점에 가서 사준옷인데 웃도리 하나에
얼만지 아냐고...자그마치 이거 하나에 십구만원이더라고...
아버님도 질세라 여러벌의 옷을 구입했는데 마음에
쏙 든다고 하셨다.
아들 딸 사위들은 하나같이 잘 샀다고 안목있다고
말씀들 하셨다.또다시 난 죄스럽고 난 뭘 해드렸나
하는 생각에 챙피하며 우울해졌다.
술도 마시며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대전 아주버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1시간 후인 11쯤 도착한다고...
어머님께서 얼른 다 치우고 상을 다시 보라고 하셨다.
그러자 시누들 모두가 하나같이 무슨 큰일을 했다고
상을 다시 보냐고 그냥 우리도 이렇게 먹었으니까
그냥 그상에서 먹게 하라고 화를 냈다.
항상 그렇게 오밤중에 와서 모두를 기다리게하는
형님내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얼마나 큰지 처음으로
털어내 놓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큰 사람이기에 끝내는 먹던 상을 모두치웠다.
큰형님이 도착해 나가보니 한차가득 싣고 왔다.
너무도 뜻밖이라 다들 놀랬다.
큰아주버님 내외는 무슨 깜짝쇼라도 준비한것처럼
모든것을 철저히 준비해 오셨다.
상차림에 필요한 것들을 커다란 꽃바구니 두개부터
시작해 모두 준비해 오신거였다.
다들 하나같이 큰사람은 역시 다르다는둥 돈 많이 들었겠다며
어떻게 이런생각을 다 했냐는 감탄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늦은시간이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여섯시가 못된시간에 모두를 깨워 밭으로 나가
고추말뚝을 박았다.
어머님 생신때 마다 하는 하나의 행사이다.
모두 밖으로 나가고 형님 내외는 상을 차렸다.
나도 도우려 했지만 도울일이 없었다.
형님과 계획했던 것이 따로 있어서 인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8시가 좀 넘어 작업을 끝내고 안으로 들어오니
모두들 빨리 씻고 옷갈아 입고 판사진을 찍을꺼니까
서두르라고 하셨다.
다들 안보이는데서 궁시렁거렸다.
이정도로 할꺼면 사전에 귀뜸이라도 해줘서 옷이라도
갖춰입게 할것이지 이게 뭐냐고...
아무 준비도 없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절을 올릴 생각으로 여자들은 한복을 준비해간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진찍고 노래도 불러드리고 케잌도 자르고 하다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다들 배가 고파 아우성이었다.
새벽부터 일을 하고 그때까지 그냥 있었으니 당연한
사태였다.
아버님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 지셨고 빨리 빨리 하라고
하시며 그만하라고 제촉하셨다.
사진사가 도착해 정성껏 잘 준비하셨다고 한마디 하셨다.
요즘 이렇게 실물로 상차리는집 없다고..다 모형이지...
사진으로 찍으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혀 모른다고.
자식들의 정성이 대단하다고 하셨다.
늦은 아침식사를 끝내고 다들 낮잠을 잤다.
피곤했었고 잠이 부족했던 까닭에 다들 졸립다고 했다.
한참을 그렇게 잤는데 고모님이 오셨다는 소리에 다들
깼다.
상을 차려드리고 밖에 나와있는데 방안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모여있는듯 했다.
뒤꼍에 있는 병아리에게 모이를 주며 남편과 애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들어오라는 소리에 작은방에 들어서니 빼곡히
시누들이랑 형님내외가 앉아 있었다.
이야기가 다 끝난듯 결과를 통보하듯 내게 말했다.
그동안 계돈의 지출명세서를 건네주면서..
그리고 오늘 상차리는데 120만원이 들었다고(옷값 56만원포함)
물론 큰형님내외가 개인부담으로 준비하신거지만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20만원씩 집집마다 별도로
걷기로 하자고.나머지 20만원은 계돈으로 하고.
난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그동안 못했던 불만을 처음으로 거침없이 얘기했다.
큰형님네 한테 정말 많이 화가 났다.
그리고 부모님한테도 시누들 한테도 정말 많이 화가 났다.
4년여 동안 거친돈은 천이백삼십오만원인데 한푼도 없이
다 부모님께 써버린것에 대한것과 그동안
형제들이 썼던 모든것들이 모두 다 계돈으로 움직여왔던것이었는데
그런줄도 모르고 자랑하시는 부모님앞에서 주눅들어야만
했던 내가 너무 분했다.
그래서 난 얘기했다.
한번도 아니고 늘 왜 이런식이냐고...
기분은 아주버님이 다 내고 늘 결과는 이런저런이유로
계돈으로 충당하냐고.
사는거 다 뻔해서 어느한쪽에 부담줄수 없기에
이번같은 경우도 이렇게 목돈을 쓰면 우리가 가만히 있겠느냐고.
당연히 계돈으로 하든지 지금처럼 돈을 걷자는 얘기나오지.
그리고 난 솔직히 계돈내는것도 부담스러웠지만 그나마
부모님께 들어가는 돈이니까 그냥 효도한다 생각하며
내왔지만 그래도 그밖에 더 해드릴수없음으로 늘
부모님앞에 죄인처럼 살아왔다고...
그랬더니 큰 시누가 대뜸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힘든건 너만 힘든거 아니라고 다들 계돈이 부담스러운건 마찬가지라고..
그따위로 생각하려면 당장 계를 깨버리라고 윽박을 질렀다.
그순간 내 옆에 앉아있던 남편이 누나를 향해 대들었다.
지금 그얘기가 아니잖냐고.왜 싸우려고만 드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순간 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남편한테 싫은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말한거였는데
뜻밖의 사태에 울음이 터졌다.
남편은 내게 울거 없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모두가 큰시누에게 왜그러냐고 내말을 이해시키며
제발 소란좀 떨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내게도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너무 놀랬다고 말했다.
부모님께선 늘 우리를 칭찬하셨다고 하셨다.
늘 일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와주었고 막내이면서
외며느리인양 맏며느리 역할까지 다 해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하신다며 모두에게 우리한테 고마워하라고 늘 말씀 하셨단다.
그리고 이번 어버이날만 해도 우리만 다녀갔다고 해서
다들 그 자식이 최고라고 전화상으로 칭찬했다고.
형님네 식구가 매일 아프고 바빠서 무슨일있으면 혼자 일하는데
나쁜사람들어왔으면 매일 싸울일이라고...
올캐가 싹싹해서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거라고.
갈수록 난 더 많이 눈물이 났다.
내친김에 난 그런 입바른 소리도 싫다고 했다.
매일같이 혼자인양 죽어라 일하고 나서 힘들었겠다는둥
네가 최고라는둥 한마디 하고나면 늘 자연스럽게
당연한듯 여기는거 이제는 정말 싫다고...
칭찬도 더 잘하라는 부담으로밖에 안들린다고 말했다.
늘 사람들이 모이면 자리에 없는 형님의 빈자리를
메꿔주시기위해 여러모로 형님내외를 추켜세우며 받은것들을
더 부각시켜 자랑을 거듭하시며 아파서 그런다 바빠서 그런다시며
이해시켜려고만 드는 부모님 얘기도.
그얘기끝에 시누들이 말했다.
오빠(아주버님)에게도 이번같은경우엔 다른사람은
몰라도 같은 며느리 입장이니까 동생네와는 상의를
했어야했다고 정리를 해줬다.
늘 음식을 준비해야했던 올케에게는 당혹스러웠을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고 늦은점심식사를 한후 한참후에
형님이 많이 아프다며 방으로 들어왔다.
별일 아니거니 생각하며 그냥 바라보고 있는데 아주버님께서
밖에서 계속 다 토했다며 손을 따주셨다.
형님은 이불을 덥고도 춥다면서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머리도 너무 아프다고 했다.
막내시누가 우황청심환을 갖다주고 머리에 열이난다며
물수건을 갖다 얹어주고 나갔다.
너무 아파하는데 모두들 밖에서 웃고 떠드느라 신경써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순간 마음이
아파왔다.
그래서 다가가 손과 발을 주물러 드렸다.
차가웠다.
그런데 형님이 내 손을 꽉 잡으셔서 얼굴을 보니
우시는 것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린 같은 집에 시집온 동지라는 생각에 내가 했던행동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냥 이번에도 아무말 없이 웃고 넘어갈것을...
갑작스런 나의 반응에 너무 많이 놀래셨나 보다.
그리고 형님이 말씀하셨다.
다 내잘못이라고.나이먹어서도 내가 할일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거라고.
동서잘못 아무것도 없다고.
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아프지 말라고 얘기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난 다만 같이 일하며 같이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싶은
바램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늘 어머님과 단둘이서가 아니라 형님과 함께 색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인데...
그 분위기에서도 그렇게 많은식구들이 모여있음에도
나몰라라 하며 한번도 방에 들어와 좀 어떠냐고
묻지도 않는 시댁식구들이 참 야속했다.
그렇게 한참을 형님은 우셨다.
모두들 가고 나는 형님이 주무셔서 저녁밥을 준비해
같이 먹고 이모님댁에 성의껏 돈을 넣으라며 봉투를 주시기에
삼만원을 넣고 싸주는것들을 들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은 차에서 잠이 들었고 우리도 오다가 너무
졸려서 중간쯤에서 차를 세워놓고 잠을 잤다.
돌아와 생각해본다.
있었던 일들을.
혼자서 생신상을 두번이나 우리집에서 차렸었지만
한번도 돈을 건네받은적 없었고
늘 혼자 동동거리며 외롭게 주방을 오갔던 내 모습.
툭툭 내뱉던 습관같은 칭찬속에서 한없이 외롭던 나.
어쩌다 빈손으로 가면 썰렁한 밥상앞에 민망해하며
죄스러웠던 불편한 마음들.
돌아오는 우리들의 뒷모습을 한없이 바라보시던 그못습에
얼마나 많이 맘이 아팠고 다짐을 했던가.
우리가 이렇게 따뜻한 배웅을 언제까지 받을수 있을까.
이제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를 두분이실텐데 잘해드려야지.
더 자주와서 아이들 재롱 많이 보여드려야지...
맛있는거 있으면 제일먼저 갖다드리려 애썼던 우리 가족이었다.
아주버님 면회도 늘 우리와 함께 동행했었고...
하지만 이제 다 싫어진다.
이제는 다 나몰라라하며 편하게 살고 싶다.
그냥 내 실속차려가면서 살고 싶다.
칭찬도 싫다.구속인것만 같아서.
헤어나올수 없게 만드는 그런 칭찬 정말 싫다.
숨이 막히는것만 같다.
계돈의 용도도 마음에 안든다.
아픈 아주버님도 남은 자식들의 몫이고
연로하신 부모님의 노후도 우리들의 몫일텐데
이렇게 모일새도 없이 다 써버리는것도 못마땅하다.
다음주면 제사인데 가고 싶지 않다.
그냥 아무런 연락없이 불참하고 싶다.
전화도 하고 싶지 않을만큼 쓸데 없는 오기가 생긴다.
왜 이러는 걸까.
그날 다 털어버린줄 알았는데 내속엔 더 많은것들이
침체되어 있는가 보다.
하지만 나를 다 이해한다며 예전보다 더 많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신랑이 있는데 어쩐다지.....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