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특별한 생일 잔치

오월의 신부 2002. 7. 8. 20:45
토요일날은 원래 12시에 끝나는데 태풍때문에 갑자기 단축수업이 이루어져 10시 반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김밥 쌀 재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직접 싸보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큰 상을 펴놓고 김밥틀과 재료를 내 주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싸고 있었다. 먹으면서 하기도 하고, 또 열심히 칼질을 해서 자르는 아이, 접시에 담는 아이등 여러 역할을 나눠서 잘하고 있었다. 찐 밤도 줬더니 아주 잘 먹었다. 옆 집 꼬마아이들이 왔길래 오늘은 언니 생일이니까 미안하지만 다음에 오라고 이야기해서 돌려 보냈다. 조금 있다 옆집 아줌마는 과자를 한보따리 들고와서 생일 축하한다고 하고 돌아갔다. 아이들을 그냥 보낸 것도 미안한데 선물까지 받으니 난감했다. 김밥을 나눠 먹으려고 한 접시 담았는데 주기가 미안해서 그냥 우리집에 오라고 아이한테 시켰다. 같이 상을 차려서 먹었다. 맛있다며 잘 먹어주는 맘씨 좋은 아줌마덕에 더욱 기분 좋은 생일상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아주 즐거운 생일잔치 같다고 칭찬도 곁들였다.


아이들이 나가고 싶어해 과자 사 먹을 돈을 줘 내보냈더니 모두들 나갔다. 모처럼 옆집 아줌마와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즐겁게 잘 지냈다. 아이들이 짱구비디오테이프를 빌려 왔다. 같이 보니까 조용하고 좋았다.


조금 지내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켜고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고 놀았다. 페스티발,다가라,오필승코리아등을 들으며 여섯명이서 한바탕 즐겁게 놀았다.


피자를 만들어주기로 해서 재료를 준비해 또 모두가 나눠 썰기 시작했다.아이들이 생각보다 아주 잘했다. 우리집에는 과도와 도마가 넉넉해 그야말로 요리실습 시간이 되었다. 즐겁게 이야기하며 피자를 만들어 먹었다. 아이들이 요리 잘한다고 추켜 세워줘 나도 정말 즐거웠다.


아이들은 수건 돌리기와 끝말잇기 게임을 하며 또 야단법석 난리가 났었다. 그래도 즐겁게 다 봐주고 이해해 주었다. 아주 특별한 날이었고, 아이들도 이렇게 모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후5시에 끝났다. 난 문예회관에서 열린 푸른음악회에 갔다. 오케스트라와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는 현장에 처음 간 것 같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관광부 주최로 열리는 것이라 아주 훌륭한 무대가 설치되었고, 프로그램도 아주 좋았다.


오늘은 예상외로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온 날이었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난 하루종일 설겆이를 하고 있었고, 그리고 건전하게 잘 놀 줄 아는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 자주 만들어 주고픈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며 생일날만이라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 많이 들어가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유롭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칭찬해주고, 옆에서 사랑으로 보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청하, 승현, 예빈, 윤희,지현 그리고 미래 이 모두를 앞으로도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