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수술날짜를 잡고

오월의 신부 2002. 11. 15. 20:38
다음주 화요일날 수술하기로 날짜를 잡았다. 이제는 약속한 것이라 꼭 지켜야 할 상황이다. 어머니도 받아들이셨다. 나중을 위해 지금 이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 날짜를 기다리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때다. 온 가족이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며 따뜻하게 안아줄 때인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길 바라며.


모처럼 호수친구네집에 놀러갔다. 집에서 혼자 노는 호수가 애처로와서 할 일은 많았지만 접고 갔다. 처음엔 팽이채가 끊어져서 울고 다시 사달라고 고집부리며 많이 울었다. 아이들이 세 명 모이면 꼭 우는통에 정신 차리기가 힘들다. 그래도 오랜만에 모여서 참고 있다보니 잘 놀았다. 유진엄마는 인절미를 후라이팬에 구워서 주고, 피자도 데워서 주고, 떡국도 끓여주었다. 시댁제사에 다녀와서 가져온 음식이라고 했다. 하영이엄마도 와서 푸짐하게 잘 먹었다. 푸념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지내보니까 시간은 잘 흘러갔다. 점심때부터 저녁때까지 붙어 지냈다. 2시까지만 놀다올 생각이었는데 호수가 잘 놀아 쭉같이 있었다. 아이들이 다섯명이라 돌려가며 한 명씩 울긴 했지만 그래도 잘 논 편이었다. 호수가 이렇게 여러명이서 놀다 집에서 혼자 놀때면 난 가슴이 아려온다. 나이차가 많이나서 혼자 놀 시간이 많다. 물론 내가 놀아준다. 내년에는 유치원에 다니도록 해야겠다. 유성이와 같이 보내볼 생각이다. 형제만 있는 그 집 아이들은 정말 날샌돌이처럼 동작이 빠르다. 호수가 키는 크지만 아직 어리다. 생일도 제일 늦고,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 아무래도 모든 것이 서투르다.


아이 때문에 슬픈 생각도 잠깐씩 잊을 수 있었다. 내가 아이들 키우는 생각으로 온통 젖어 있을 때 행복한 때였음을 지금 알았다. 지나간 세월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되고, 그동안 작은 일들도 불만으로 삼았던 것들이 후회가 된다. 별거 아닌 일도 마음 상해하고, 욕심부린 것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오직 건강한 삶이 최고로 귀중한 재산으로 생각한다.


동생들이 친정집 김장을 한다고 한다. 언니는 오지 말라고 하니까 기분 참 좋다.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꼭 와야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지니까 정말 좋다. 어머니는 먼저 가서 배추 절여놓으라고 하셨는데. 맏이한테 하라고 할 수밖에 없으시다고.


오늘은 푹 자고 싶다. 충대병원은 잠시 잊고 싶다. 작년에도 올해도 다닌다. 이제 조금만 다니고 다시는 가지 않길 바란다. 내가 이토록 병원문턱을 많이 드나들줄은 정말 몰랐다. 올해도 병원문턱은 많이 다녔다. 갈 때마다 눈물 뿌리고 다니지만 언제나 쓸쓸한 곳이다. 정형외과. 낯설지 않는 이름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병원과는 인연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스산한 겨울을 따뜻한 설레임으로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