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신부 2003. 11. 27. 16:07
시대의 흐름탓인지 내 주위에도 맞벌이 부부가 참 많다.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식으로든 열심히 산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또한 아름다운 삶의 형태로 보여진다.
하지만 난 전형적인 전업주부이다.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기까지 앞으로도 몇년은
전업주부로써 살고 싶은 마음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가족 모두가 절실히 원하는 일이기에.
능력이 없어서 주저앉는 모습은 정녕 아닐텐데 가끔씩
예고 없이 찾아드는 불청객으로 부터 무능력자로 낙인받을
때면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민다.
미소로 현관문을 열어주고 겁없이 마음을 열어보인 댓가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지라 내내 그 시간이 지루하기 이를데 없다.
살다보면 언제 어느때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될지 모르는터라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마다 따뜻하게 반겨 맞이했다.
하지만 목적만 이루고자 하는 집요함이 사람을 참 맥빠지게 한다.
종교,보험,학습지,책 등등 그들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면
꽉 막힌 사람인양 취급한다.
믿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안되고 들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패가망신이며
시켜주지 않으면 부모로서의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처럼 세뇌를 시키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인것 같다.
보다 정보에 능하고 싶은 것은 모든 전업주부의 가장 큰 바람일것이다.
알아야 할 권리가 있고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인연으로 만나고 싶다.
거기까지!!
충분한 설명이 끝난후에는 미련없이 자리를 뜰줄 아는 현명함이 아쉽다.
살아가면서 그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만큼 다급한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을텐데 은근히 강압적이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내일이면 하늘이 무너질 기세다.
제시하는 그길만이 유일한 비상구다.
제발....생각하고 결정할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전업주부에게도 계획된 그날 그날의 일의 분량이 정해져 있음인데
무한정 시간을 끄는것도 대단한 실례인것 같다.
용건만 간단히!
이말은 전화할때만 쓰는 구호가 아님을 실감하게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때 가장 반가울수 있는 사회가 되어서
집안에 사람이 있어도 없는척 연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쁘게 꾸며놓은 집안은 직장인과 전업주부의 가장 이상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대화의 장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