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서 좋은 날
2월 4일날 공주금강둔치공원 쥐불놀이행사가 있었다.
저녁때 가야 되는데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추워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가자고 난리여서 준비하고 나갔다.
시내버스를 타려고 한참을 기다렸다.
남편이 있으면 간단히 갈 일을 우리 세식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차를 기다렸다.
버스에 오르자 벌써 초등학교 고학년인 것 같은 남자아이들이 한무리 타고 있었다. 둔치에 도착하자 벌써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쥐불놀이를 하고 있었다. 폭죽도 간간히 터졌다.
우리들은 깡통을 빌렸다.
모닥불 근처로 가서 불씨를 넣고, 나무도 한아름 안고 우리 장소를 물색해 강가 한가운데로 갔다.
미래는 능숙하게 쥐불이깡통을 돌렸다. 불씨가 살아나고 불꽃이 피워 올랐다. 호수는 모닥불을 피우느라 신이 났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펑펑 날렸다.
백사장이 하얗게 변해 있었고, 눈보라 치는 가운데 열심히 쥐불놀이를 했다.
눈이 오면 그 해 풍년이 든다는 알림방송이 들렸다.
미래는 불씨만 남은 깡통을 날렸는데 그게 아들 등에 맞았다.
호수는 아프다고 울었는데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잘 던졌는데 하필 동생이 맞다니.
우리들은 잘 놓았다.
집에 돌아올때 또 버스를 타고 왔는데 딸아이는 발이 얼어서 아프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난 택시를 안탔다.
아빠가 없으면 이런 고생 매일 해야 하는데 그동안 편하게 다닌 것을 생각해보게 하려고 일부러 못들은척하며 기다렸다 버스타고 왔다.
버스에서 내려 우리 아들은 눈놀이에 바빴다.
눈이 함박눈이라 잘 뭉쳐지고, 함박눈이 쏟아지니까 밤이라서 가로등에 비쳐줘서 정말 아름다운 밤을 감상했다.
우동을 사와서 맛있게 끓여먹었다.
아이들이 좋은 기억을 할 수 있는 밤이 되길 바란다.
함박눈을 맞으며 쥐불놀이 하는 꿈을 꿔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