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환한 얼굴

오월의 신부 2002. 2. 21. 18:30
친정엄마는 옥수수를 두자루 뻥튀기한 것, 건빵 한박스, 운동화를 가지고 오셨다. 김밥을 싸서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출발했다. 미래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학교에 늦게 데려다줬다. 디딤터에 11시쯤 도착했다. 깔끔하게 단장된 곳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널찍한 방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있었다. 김밥을 잘 먹었다. 친정엄마는 빨래를 손수 빨아주시고, 간식도 수납공간에 잘 넣어줬다. 동생도 탈수된 옷을 건조대에 널었다. 매일 부지런해지자고 아침 시간에 계획한다고 했다. 직원 3명을 뽑는다고 해서 입소생끼리 서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말문이 터져서 다행이라며 열심히 이야기하고, 웃고, 단정한 모습에서 건강함이 느껴졌다.


지난번에 외삼촌이 외할머니, 이모, 친정엄마를 모시고 디딤터에 다녀오셨단다. 충대 들리고, 또 담당의를 만나려고 서너시간을 기다려서 면담하고 디딤터에는 오후 5시에 들리고, 귀가는 저녁10시쯤 했다고 했다. 차가 오토매틱이라 중간에서 선 적도 있었고, 외삼촌은 마비된 몸이라 소변조절이 안되니까 어디 갈때는 굶고 다니고, 물도 참아야 한다고 했다. 그날 친정엄마가 우연히 보았는데 외삼촌 엉덩이가 살없이 앙상하게 마른데다 뼈만 남아서 장시간 운전하고 다녀 뽀루지가 나 있었다고 했다. 정상인이라면 고통을 크게 느낄텐데 마비된 몸이라 살이 상처가나도 모른다고 한다. 난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 외삼촌이 그렇게 심한 장애인이라는 것이 가슴 아팠고, 80순이 되신 외할머니가 외손자 있는 것이 궁금해 함께 동행한 사실이 큰 충격으로 와 닿았다.사랑을 몸으로 직접 실천한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큰이모도 고맙다.


우리 가족의 사랑이 동생한테 잘 전달되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나오면서도 좋아했다. 병원이 바뀌어서 힘들 것 같았는데 의외로 좋은 이미지로 첫진료를 받아 안심이 되었다. 가족 면회로 기분 좋아진 동생을 보니까 자주 다니고도 싶다. 친정엄마가 장남한테 짐 안지우려고 열심히 노력하시는 모습도 사뭇 감동적이다.막내아들 챙기는 아름다운 희생이 먼 훗날 아름답게 기억되어질 것 같다. 옛날 나한테 쏟았던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친정엄마. 다 잘 될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행복하니까 앞으로도 행복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오늘 자가용으로 편하게 다녀왔다고 기뻐하셨된 모습 보기 좋았어요. 엄마. 앞으로도 우리차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대중교통은 너무 멀고, 불편해요. 사위도 자식이니까 가능하면 모시고 다닐 수 있도록 애써볼께요.


엄마의 꿋꿋함을 잊지 않고 열심히 배워 따를께요. 오늘 참 많이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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