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어젯밤에 썼던 일기-신경숙-

오월의 신부 2002. 7. 24. 09:40
자모회가 있어 학교에 갔다.
회의가 끝나고 각반 교실로 가서 선생님을
만나뵜다.
인정이반은 여섯명의 엄마가 참석했다.
은지,채은이,백상이,호연이,소영이엄마 그리고 나.
한달에 한번씩 자모회가 있었지만
난 이번이 처음이었다.
청소할때만 갔었고...
인정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묻자 너무 너무
잘한다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정말 믿음이 가는 아이라고...
그리고 처음에 고인정 엄마라고 인사드리자
여러엄마들과 함께 앉아있는 나를 향해
벌떡 일어나시며 반갑게 인사를 하셔서
나도 얼결에 일어나 인사를 다시 드렸다.
너무 고마웠다.
이런저런 얘기들과 물음과 답변이 오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쫒아다니며 선생님과
모범적인 엄마들의 모습을 본받고 배워서
진짜 우리아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
사랑하는 내 딸들에게 말이다,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늘 맘이 편치 않다.
그리고 허탈하다.
실수는 하지 않았나.
나를 미워하지나 않을까.
왜 그랬을까...
하지만 글로 쓰면 뿌듯해진다.
쉽게 말로 뱉는것 보다 여러가지 절차를
밟아야하는 번거로움 끝에 느껴지는 보람이랄까.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된 것들을 글로 적고
맘에 들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사실적이지 못하면 가치가 없다.
수많은 생각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오만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후회,반성,계획,단점,장점,희망,불안....
난 얘기하다 보면 늘 자랑만 하는 꼴이다.
붙었던 사람들을 끊어내는 방법인줄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기에 자연 멀어진다.
자기 혼자가 아닌 무리를 만들어...
그래서 늘 조심스럽다.
은지엄마,은영이 엄마,지원이 엄마,우리 양 옆집
아줌마들..지금처럼 좋은관계를 유지하며
살수 있을까?
늘 언제까지나 오래토록.
너무 자주 만나지는 말아야할텐데.
걸려오는 전화에도 고마운마음에
너무 많은 얘기 하지 말아야지.
무엇이 탈이 될지 모르기에 나로인해
우리남편과 아이가 불이익을(눈총)당하지나
않을까 늘 신경이 쓰인다.
내가 잘해야 우리가족들이 더불어 밖에 나가
사랑받을수 있을것이다.
같은반 아이의 엄마들과 친하다는 것이
이렇게 부담될줄은 몰랐다.
요즘 엄마들 아이들에게 관심이
지나치게 많다.
무슨학원을 다니는지 어디에 사는지
심지어 반아이들의 시험점수까지 모두
꿰뚫고 있는 엄마들이다.
시험결과가 나온날엔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온다.
몇점나왔냐고...
그게 최고의 관심인양.
무언가를 배워보기 위해 도전할꺼다.
운전,도자기 빚기,서예,독서모임
이야기 많이 들어주자.
설치지 말자.
자랑하지 말자.
비밀스럽게 살자.조금은..
오늘은 여러날 고생하다가 일이 잘
해결되었다며 기뻐하는 남편이
저녁을 사줬다.
소문난 갈비집에서 너무 너무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점심땐 승민엄마가 비빔국수를 해왔고.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하루가 후딱 지나갔다.
피곤한데 잠이 오질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