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잠시 쉬어가기 -신경숙-

오월의 신부 2002. 7. 24. 09:42
아직도 차에 앉아있는듯
출렁거리는 기분이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취한것보다
더 어지럽고 몽롱하다.
왠지 가슴이 답답하다.
그냥 콱 막혀버린것 같다.
7시경에 공주에 도착해 남편은
계에 참석했고 나와 애들은
늘 그랬듯이 언니집에 갔다.
그리고 열시가 다 되어 대천으로 출발했다.
그냥 남편말대로 그냥 집에 있을걸 그랬나보다.
그냥 집에서 편히 식구들끼리 있고 싶다고 했었다.
그리고 내일 일요일엔 안면도 꽃박람회나 갔다오자고...
동원이도 올수있으면 오라고 해서 같이가자고.
하지만 그럴까 하다가 난 내의사를 밝혔다.
억지 쓴건 아니지만 모든것이 내뜻대로 이루어졌다.
20인치 텔레비젼 사가지고 친정집에 가서
설치하느라 여러시간을 소비했다.
안테나 설치를 하는데 부품이 없어서 제대로
연결이 안된탓에 화면이 그다지 깨끗지 않자
남편은 좀 짜증이나는듯 보여져서
서둘러 공주로 향했다.
오는길에 남편은 사는게 왜이렇게 재미가 없느냐고
내게 묻는듯 얘기했다.
순간 내가 너무 친정식구들에게만 치우쳤음을
깨달았다.
요 근래에는 늘 그랬다.
내가 너무 다 끊어내며 살았나보다.
온다는 친구도 부르고
오라는 친구집에도 가고 그래야겠다.
그렇게 마음맞는 사람들과 한껏 얘기도 나누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아무런 눈치보지 않으며 그저 편하게..
내가 너무 많이 내 자리에서 이탈했었던것 같다.
몸도 마음도...
남편이 많이 이해해주었고 많이 도와주었었는데
내가 너무 많이 욕심을 부린것 같다.
그냥 내일은 남편품에서 실컷 늦잠을 자야겠다.
그냥 뒹굴 뒹굴 우리 네식구 푹~쉬련다.
아무런 계획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