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집안에서 놀 수는 없을까?

오월의 신부 2001. 7. 5. 18:19

30개월된 호수는 밖에서 지내는 걸 아주 좋아한다. 친구집에서 노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계면쩍어서 마실을 못가는 편이다. 우리집에 한 번 불러서 놀았으면 미안하지 않은데 일방적으로 찾아가서 놀려면 부담이 크다. 아이를 위해서는 아이엄마들끼리 잘 어울려야 하는데 난 우리집에 다른 사람들을 불러 들이질 못한다. 늘 설겆이가 밀려 있고, 집안일이 밀려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아이가 낮잠을 자야만 내가 하루 지내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면 낮잠 자는 시간도 놓치고, 그리고 낮잠을 놓친 우리 아이는 떼가 심하기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진다.
아무튼 아줌마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난 그렇게 지내질 못한다. 그냥 우리 아이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집에 오면 편하게 낮잠 재우는 습관이 좋아서 이렇게 길들여져 지내고 있다. 남편 있는 날은 점심 준비하랴, 청소하랴, 깨끗하게 치우려고 갖은 애를 쓰다 없는날은 정말 마음 편하게 밖에서 지내고 싶어서 마꾸 돌아다닌다. 하늘이 맑으면 날씨가 좋아서 좋고, 바람 불면 그 바람소리와 느낌이 좋아서 좋고, 구름 낀 날은 햇볕 안쬐서 좋고, 아는 사람 없어서 외로운 날은 늙지 않은 나이어서 좋고, 아는 사람 만나 이야기 나누면 세상살이를 알게 되어서 좋다.
집에서 편하게 지내는 방법을 몰라 아쉬울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밖에서 지내는 방법은 터득한 면도 있다. 나무그늘 찾아 어디에서든 앉아 아이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내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가 어렸을 때 놀았던 놀이를 떠올리며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기도 한다.
5남매의 맏이라서 늘 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서 친한 친구가 없는 나의 슬픔을 나의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 건강하게 잘 자라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말 열심히 아이 의견 잘 들어주려고 애쓰고 산다.
아이들이 자라서 밝게 잘 지내 준다면 난 감사한 마음으로 내 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다. 책도 읽고, 영어도 배우고, 음악도 듣고, 편지도 쓰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지금은 정말 여유가 없다. 할 일은 늘 있고, 아이들한테 관심 가져야 할 것들도 많고 그리고 난 하고 싶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아내와 주부와 어머니의 삶에 발목을 잡혀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이라서 난 이 기간만큼은 열심히 살며 후회없이 잘 살고 있음에 기뻐한다.

 

2014년 11월 9일

아이돌보미 하는데 지금 대상자가 31개월이다.
이 글을 보니 반갑다.
내 꿈이 뭔지 알겠고,
내 아이에게 이런 정성을 쏟은 걸 보니 좋다.
지금 큰 아이는 대학교 3학년, 작은 애는  고등학교 1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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