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친정엄마가 생각나서 편지를 꺼냈다.

오월의 신부 2001. 7. 10. 21:18
부순아 보아라
낯도 설고 물도 선 타향에서 그 얼마나 고생하니?
공부는 때가 있고 아무때나 하는 게 안인게다.고생스러워도 열심히 해 보아라. 고생하면 성공이 오고, 성공할려면 어려운 것이다.
네가 돈은 5만원 받더라도 조금이라도 공부가 된다면 집에서 쌀하고 모질나는 돈은 줄게.
부순아. 집 걱정 너무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아빠엄마는 부순이게다 할 일 못하고보니 너보고 할 말 없다. 집에서는 할머님 아버지 엄마 경숙이 경열이 의동이 다 무고하다. 집걱정은 조금치도 하지 마라. 작은엄마 해동이 동용이 희순이도 잘 있다. 그리고 고모네 언니 미옥이가 마산에 있던 언니가 와서 4일 놀다갔다. 언니는 집에서 놀고 있다. 나이가 24살먹고 보니 직장은 가기 싫은가 봐. 그래서 집에서 놀지. 열흘 있다가 네가 오면 좋고, 네가 못오면 엄마가 둘러 가던지 4월달 달세는 엄마가 가던지 네가 오던지 하기로 하고. 거기서 용돈 써라. 너무 굶주리지 말고 먹어가면서 살아라. 사람이 너무 굶주리면 병이 난다. 사람나고 돈났지 돈갖고 고민하지 마라. 돌보아주겠지.
아빠엄마가 할 일은 안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갖고 있지.집걱정은 하나도 하지 마라. 그리고 여희야. 엄마가 집에서 얼마나 너를 걱정한다고. 우리집에 와서 편지 왔냐고 물어보더라. 여희야. 너도 무얼하나 잘 적어서 편지좀 하여라. 그리고 사천 있는 엄마도 17일날 와서 옥희도 편지 안온다고 걱정하시더라. 옥희야. 집으로 편지 좀 빨리 하거라. 옥희엄마가.
정선생님이 어느학교 선생님인지 몰라서 궁금하구나. 부순아. 너도 편지나 자세히 해다고.
가보도 못하고 집에서 얼마나 생각하는지 몰라.
부순이언니가 언재 오느냐고 동원이가 물어본다. 그럼 다음으로 밀고 끝. 17일 토요일 낮12시 씀

이런 편지 지금 내나이 서른네살에 다시 읽어보아도 눈물이 줄줄 나온다. 정말 이 세상에서 부모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내가 고등학교 입학하고 엄마한테서 처음 받은 편지 같다. 정말 그때도 많이 울었고 지금도 가끔은 읽어본다. 나 전업주부로 살아가니까 더더욱 공부하라고 당부하셨던 친정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은 내가 만든 것이다. 내가 만들어서 내가 책임을 져야하고 만약 싫다면 내가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 그 출발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이제 다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다짐을 해야 할 시간을 맞은 것 같다. 친정엄마가 날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안 것만해도 오늘은 큰 수확을 거둔 날 같다.엄마 사랑해요. 저한테 이런 귀한 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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