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메뉴를 걱정하다 꽃게탕으로 정하고 사러 나갔다. 만원을 가지고 갔는데 1kg에 2만원이라고 해서 두 마리만 사기로 마음먹고 가격을 보니 만원이 나왔다. 같이간 호수 먹을 것을 사줘야해서 비싸다고 하고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남은 돈으로 꽃게2마리 사왔다. 싱싱해 보여서 기분 좋았다. 집에 와서 열심히 요리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에 조미료를 넣고 무를 먼저 끓이고 나중에 꽃게와 대파를 넣고 끓이며 맛있게 보였다. 내가 자신있어하는 요리였다. 호수가 밖에 나가자고해서 나갔다. 한시간뒤에 미래가 친구를 데리고 학교에서 왔다. 호수가 친구집에 가고 싶어서 집에 안들어오려고 했다. 점심이 늦어지는 것 같아 조급해졌다. 달래서 집에 오니까 정신이 없었다. 식탁에 다 앉아서 먹기는 비좁은데 남편은 같이 그냥 먹자고 했다. 꽃게탕을 있어서 기분좋게 밥상을 차렸다. 아이들은 좋아했다. 잘 먹고 있었다. 남편은 식탁에 앉아서 먹는데 조금 먹다 일어났다. 이상했다.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금새 일어나니까 기분이 안좋았다. 내가 먹으려고 앉아서 꽃게탕을 먹어 보았다. 맨탕이었다. 색깔은 얼큰해 보였는데 소금을 안넣어 정말 맨숭맨숭했다.내가 다시 끓이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맛있다며 그냥 먹겠다고 했다. 사탕을 먹어서 무슨 맛인지 모르고 먹고 있다고 했다. 참 기가 막혔다. 남편이 소금을 넣어서 끓여야 한다고 말해주었으면 참 좋았을거란 생각을 하며 혼자 밥을 먹었다. 설겆이를 끝내고 다시 뭔가 먹을 것을 해야 했다. 핫케익가루를 반죽해서 만들어 주었더니 남편과 호수가 잘 먹었다. 이런 날이면 난 전업주부가 되어있는 내자신이 너무 서글프게 생각된다. 밖에 나가서 뭔가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모두 외식하는데 다 써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정말 음식 만드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정말 초라한 생각이 날 우울하게 만든다. 저녁때 사골을 사다 끓였다. 전부터 국거리가 마땅치않아 사려고 마음먹었었다. 이틀전에는 쇠고기등심으로 미역국을 끓였다. 남편은 미역국은 다시 주지 마라고 했다. 난 시원하게 먹으라고 끓인 국을 이렇게 거절받으면 기분 아주 나쁘다. 결국 밤11시에 남편은 라면을 끓여먹고 잤다. 저녁때 밥을 먹으며 남편한테 이야기 했다. "꽃게탕이 싱거워서 못먹겠으니 소금 넣어달라고 이야기 하지 그랬어."그랬더니 하는 대답이다."그럼 음식만들때 간도 안봐. 그건 기본인데". 할 말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하기 싫어 그냥 나도 말없이 있었다. 기본이라는 말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었는데 오늘 이후부터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약속시간 지키기위해 발버둥치고, 친절하기 위해 애쓰고 했던 나의 기본은 날 융통성없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으로 만든 것 같다. 그냥 그럴수도 있지하며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할 필요성도 있다는 것을 오늘 실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실수을 통해 유머도 만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던 나의 희망은 정말 물거품일 뿐이다. 기본이라는 말에난 정말 너무 형편 주부가 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열심히 했는데도 그 실수때문에 정말 기분나쁜 하루를 보냈다. 나는 남이 실수를 했을 때 부드럽게 잘 넘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하루였다. 아이들의 실수을 너그럽게 봐주고, 친구들의 약속 시간 늦음도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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