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풍경

친정엄마 생신이다. 일요일날 갔다왔다고 오후3시경에 생각해냈다. 아침에 전화라도 드렸으면 좋았을것을. 매일 표고버섯을 따느라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락내리락 하실 것이고, 고추 말리느라 정신이 없으실거다. 벼베기도 해야 하고, 콩도 따야 하고 정말 한시도 쉴틈이 없는 10월이다. 고구마캘때와 땅콩 캘 때 함께 했던 짧은 경험이 그래도 시골일을 이해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일들이다. 고무장갑을 끼고 밤송이에서 밤을 꺼내던 모습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혼자 오르기에도 가파른 곳을 엄마는 맛있는 옥밤을 가지고 내려오셨다. 우리 주려고 힘들게 가지고 내려오신 것이다. 친정아버지는 막내딸네가 설치해 준 가스렌지가 아주 좋다며 야외에서 라면을 끓여 주셨다. 처음에는 생각이 없었는데 끓인 라면을 먹다보니 아주 맛있었다. 호수는 밤송이 모아놓은 곳에서 두번이나 넘어졌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행히 살짝 넘어져서 많은 가시에 찔리지는 않았다. 호수가 우는 바람에 친정엄마가 더욱 마음 졸이셨을게다.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을 실감나게 보여주시는 부모님들이기에 더더욱 감사하다. 감나무에는 빨간감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고, 외양간에는 예쁜 강아지와 얼룩소들이 여러마리 있다. 까만털을 가진 염소도 여러마리 있다. 집앞에는 빨간 고추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마늘과 양파도 예쁘게 엮어져 매달아 놓았다. 이번에 화장실에 수세식 변기까지 가추어놓아 정말 편리하고 깨끗하다.
자식들 나누어 주시겠다고 엄마는 고구마를 심고, 아버지는 땅콩을 심으셨다. 그 열매를 캐면서 매우 즐거워하셨던 두 분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지금 일손을 도와드리지 못해 매우 미안해요. 정성들여 가꾼 곡식 잘 갖다먹고 있어서 손주들도 건강합니다. 매일 고구마와 밤 그리고 땅콩을 삶아 먹으니까 가을이 매우 풍성하고 기분이 아주 좋아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