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산책

오월의 신부 2001. 12. 11. 17:42
논길을 걸어 올라가 산길에 닿고, 산길 넘어 내리막길을 걸어 가는 우리 네식구는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식당에 가서 먹기로 했는데 음주운전할 것 같아 아예 차를 두고 걸어서 갔다. 호수랑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걸어다니던 길이었다. 봄에는 민들레가 많이 피고, 여름에는 들꽃이 많이 피고, 가을에는 벼가 익어가던 길이었다. 아이랑 마냥 걸어다니며 조잘대며이야기 엮어가던 길이었다. 오늘 그 길을 남편과 걸어가니까 기분이 좋았다. 아들 딸 손잡고 나들이 가는 기분이었다. 하늘은 파랗고, 날씨도 따뜻했다. 예전에는 식당에 가서 먹는 음식이 맛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어지간해서는 별로다. 오늘도 그랬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이들과 남편이 함께 걷는다는 그 자체가 좋아서 자꾸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는길에 경식이엄마가 근무하는 옷가게에서 미래바지를 사려고 했는데 맞는 치수가 없어서 그냥 왔다. 미래가 배가 나오고,엉덩이가 커서 보통아이들보다 두치수는 커야 할 것 같았다.그래도 미래와 호수는 옆문방구에서 팽이와 스킬자수를 사서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도 기분 좋았다. 차 타고 다닐때보다 더 여유있고, 한적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는 이렇게 차를 놓고 걸어다닐 일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민주엄마가 계를 같이 하자고해서 같이 하기로 했다. 아줌마들의 농담과 여유 그리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본받고 싶다. 난 너무 고집이 세서 탈인데 이번에는 얌전한 인상을 심어주도록 할 생각이다. 나도 얌전하다는 칭찬 한 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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