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박람회 갔다 잠시 집에 들린 딸아이.
아빠는 야간 출근이라 오후 다섯시에 나가고 곧바로 딸이 왔다.
어버이날 못오니까 선물 사갖고 왔다.
좋아하는 모습 보였어야 했는데 ........
목련반에서 자습하는 아이들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애들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기숙사로 전화해보니 친구들이 없는 모양이었다.
서점에 가자고 하는데 내가 집에서 그냥 쉬라고 했다.
호수가 감기걸려서 혼자 두기가 좀 마음이 안편해서.
9시안되어 기숙사 들어간다고 돈 달라고해 이만원을 줘서 보냈다.
내가 잠이 들어서 참 미안했다.
따라 나가려고 했더니 옷을 갈아입고 하다보면 늦을 것 같아 그냥 집에서 있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집은 남편이 있어야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
난 언제나 우왕좌왕하다 흐지부지 해서 일이 얽혀들어간다.
마음이 착잡하고 심란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40분넘게 통화중이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 겨우 통화했다.
우리엄마에게 나도 가고 싶은데 우리딸은 엄마인 나를 보러 집에 왔다 잔뜩 부어가지고 갔다.
친정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그것이 삶이란다.
각자 내 자리에서 부모는 자식생각하고, 걱정하고, 부대끼며 살아가게 된다고.
딸을 보니까 내가 내어머니께 한 일들이 생각나 절로 미안해지고,
부끄럽고, 그리고 42살이 되도록 길러주시고, 다독거려 주신 사랑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우리 딸과 아들에게 끊임없이 퍼붓을 사랑을 가지고 있고 싶다.
지금 내 마음 상한다고 아이들을 원망하는 마음 지워버리고 너그러이 껴안아주는 품 넓은 엄마로 변신하고 싶다.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엄마가 되지 말자. 그냥 뒤에서 부족한 것 찾아 챙겨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살갑게 잘 해준다.
나에게 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집에서 아이들 잘 챙겨주고,
옷도 정성껏 빨아 잘 챙겨주어 학교생활에 지장이 없게 하려 한다.
운전할 줄 아는 남편은 아이들에게 필요할때면 서점으로, 학교로, 시내로 잘도 데리고 다닌다.
요구하는 것도 없다.
정리정돈도 잘하는 남편은 항상 집안일을 하나씩 한다.
화분 분갈이를 하고, 비데호스도 물새는 것 고치고, 베란다 청소도 하고, 딸 방도 치우고,
내가 청소기 안밀면 그섯도 한다.
난 전업주부로 있어도 집안일은 아직도 서투르다.
참 힘든 일이 집안 일이다.
밥 한 번 해먹으면 부엌에는 치울 것 투성이니.......
오늘부터는 맘편히 먹고 살기로 했다.
휴대폰도 화장실에 빠트려 아예 없다.
설겆이 하다 후라이팬에 든 순두부 엎푸고, 큰소리내 남편이 잠자다 깜짝 놀라 게 만드는 어설픈 나.
이만큼 집살림에는 만년초보주부로 살 것이다.
그래도 잘한 일은 화장실 청소를 했더니 깨끗해서 좋다.
남편도 이런 나와 결혼했으니 적응하든가, 아니면 부족한 아내를 인정하고 살 일이다.
나도 긍정적으로 우리딸을 보며 잘 살겠거니 하고, 잔소리 하지 말고, 학교생활도 잘 하려니 믿고 그냥 행복한 마음으로 살련다.
필요하면 말 하겠지. 우리딸.
고등학생이니까 잘 하겠지. 우리딸.
기숙사에서도 반장격인 뭐를 맡았다고 하니 잘하겠지.
오늘 잘 자고 다음에 만날때까지 건강하기를 빌어줘야겠다.
치성을 드리던 우리엄마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마음으로 기도하는 일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어찌 다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낳은 자식이기에 무엇이든 다 주고픈 것을 어떻게 눈으로 다 보여준단 말인가.
그저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소리없이 행동으로 응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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