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용문폭포를 다녀오다.

오월의 신부 2002. 8. 25. 20:21
11시쯤 영어테이프를 듣다 갑자기 아이들 데리고 산에 가고 싶었다.그래서 부랴부랴 밥과 간식거리를 싸가지고 갑사를 향했다. 이번엔 느긋하게 기다렸다 12시갑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미래와 호수가 있어서 그런지 든든했다. 오늘 목표는 용문폭포로 정했다. 시원한 물줄기를 보여 주면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호수가 꾀를 부리며 안걸어간다고해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조금만 가면 폭포가 나온다며 구슬려 걸어 올라갔다. 호수는 폭포를 좋아한다. 그래서 조금만 조금한하며 올라가니 그냥 산행에 푹빠진 듯 했다. 산에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 것 같다. 그 속에 우리도 끼여서 희희낙낙하며 걸어 올라갔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울퉁불퉁한 길을 재미있어 했다. 등산로가 바위돌로 징검다리 놓은 것처럼 꾸며져 있어서 아이들은 늘 걷던 아스팔트길이 아닌 것에 무척 좋아라했다. 용문폭포까지는 잘 올라갔다. 쏟아지는 폭포물을 보자 아이들은 손을 담그고 발도 담그고 놀았다. 참 호수는 신발을 벗지 않았다. 물속에는 안들어가고 그냥 바깥에서 아주 얌전히 놀았다. 큰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구운김과 고추참치를 가지고 셋이 맛있게 먹었다. 다른팀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우리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서로에게 식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바위를 물려주는 것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폭포물로 놀다 산 밑으로 내려왔다. 호수는 폭포위로 올라가자고 하고 미래는 하산하자고해서 서로에게 조정할 시간을 주었더니 호수가 양보했다. 얕으막한 곳에서 자리를 깔고 다시 쉬기로했다. 미래는 도시락통으로 송사리를 잡았다. 무척 재미있는지 대여섯마리를 잡을때까지 물속에서 놀았다. 호수는 자리에 앉아 나와 이야기를 소곤거렸다. 참 얌전하다. 물속에 들어갈 생각도 안한다. 간식을 꺼내먹고 미래가 물속에서 나올때를 기다렸다. 어쩜 엄마아빠 닮아서 노는 모습이 영낙없는 시골아이같았다. 나도 어렸을때 냇가에서 얼개미같고 고기잡으며 잘 놀았었다.


산 속이라 그런지 어두컴컴해지는 것 같고, 비도 올 것 같아 하산을 서둘렀다. 커다랗고, 큰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을 보더니 호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물이 미끄럼타는 것 같아"정말 그런 것 같았다. 그표현이 맞는 것같다. 자연이 만들어준 그 아름다움을 함께 감상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오다가 미래가 울었다. 발목이 아프다고 했다. 어쩔도리가 없어 다리위에 앉아 있으라고 했더니 말도 안하고 고집으로 혼자 내려왔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아무것도 안먹는다고 했다. 운좋게 서울가는 직행버스가 있어 공주까지 편하게 왔다. 터미널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사갖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은 내일 다시 용문폭포에 가자고했다. 나에게 희망은 아이들과 금잔뒤고개까지 가고, 또 그다음은 갑사에서 동학사로 넘고 또 등산을 늘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일요일을 느긋하게 쉬고나서 정오쯤 어딘가에 갈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참 좋았다. 서두르지않아도 쉽게 국립공원에 갈 수 있는 집이 좋았다. 역시 국립공원은 아름답다. 참 오늘 용문폭포에서 국립공원 직원이 두명의 젊은이를 데리고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폭포앞에 있는 자갈모래를 호미로 긁어모아 삼태기에 담아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메꿔주는 작업을 했다. 두 젊은이는 어쩐지 좀 연민이 갔다. 말없이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올때는 매표소근처에 있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모습이 보였다.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왜그리 애처롭던지. 우리는 쓰레기를 안버리고 다시 되가져오는데 정말 그런 일이라도 반드시 해야 될 것 같았다. 저임금에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그 사람들이 힘들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돕고 싶은 생각에서. 그리고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그런생각 버리기로 했다. 오늘 그분들 모습을 보고서 내가 다니는 이 길이 모두 사람들의 노고로 보이지않게 잘 다듬어진 길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건강한 내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앞으로 자주 산을 찾을 것이다. 남편도 같이 동행하면 좋겠지만 강요는 안할 생각이다. 언젠가 순순히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간다면 매우 반가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이만큼이라도 커서 같이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목욕까지는 정말 기분 좋게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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