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김밥

오월의 신부 2001. 12. 26. 19:22
김밥을 싸야될 것 같다. 많이 나눠주고 싶은 음식이다. 막내동생도 주고 싶고, 혼자 사는 남동생도 주고 싶고, 나도 좋아한다.

경숙아! 네가 김밥을 싸들고 다닌 곳이 참 많지. 벚꽃축제때도, 야외 놀러갈때도, 그리고 집안 행사 있을때마다 김밥을 아주 맛있게 싸와서 잘 먹곤 했다. 어떻게 두아이 데리고 그렇게 부지런하게 음식을 준비해서 가져왔는지 모르겠다. 시아주버님 병문안 다닐때도 꼭 김밥을 준비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대단한 동생이다. 난 엄두가 나지 않는구나. 남을 위해 뭔가 준비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데 넌 참 잘했던 것 같다.

어제는 지난 편지들을 읽어 보았다. 새벽에 주로 쓴 편지들이었어. 대여섯장씩 보내본 했던 편지들속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인정이 많이 울리면서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죄없이 맞아야 했던 인정이한테 너무 미안했고, 그리고 고마웠다.

지금 다시 너한테 김밥 싸서 다시 돌아다니자는 이야기 아니다. 다만 그렇게 정성을 쏟았던 너를 생각하면 고마울뿐이다. 이제는 내가 해야지. 못하더라도 내가 해봐야 자꾸 늘테이니까 해볼 생각이다.

우리들이 지난날 애썼던 흔적이 남아 있기에 앞으로도 힘을 내 꿋꿋하게 버텨 이겨내고 싶었다. 엄마 혼자 짊어지게 내버려두지 말고 우리 세자매가 열심히 위로해주고, 함께 동행해 주고, 친구처럼 말벗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어렵지만 현명하게 처신해 나가고도 싶었다.

생업으로 이어온 고추농사를 포기하기로 했으니까 아마 달라질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일을 안하면 그만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또 원망도 날려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친정집에 오디오를 사주면 어떨까? tv보다는 듣는 오디오가 더 사람을 안정시켜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랑방에는 tv가 필요하니까 둘 다 사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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