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에어매트와 물침대

오월의 신부 2002. 8. 1. 09:02
택배가 하루에 세 건이나 배달되었다. 맨처음엔 물침대,다음은 에어매트, 마지막은 공기로켓이다.난 택배가 와도 궁금하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주문한 것도 아니고, 또 난 손재주가 없어서 무엇하나 설치해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집 두 아이들은 다르다. 우선 박스포장을 풀고, 그 안에 들은 내용물을 꼼꼼히 살펴본다. 그리고 할 수 있는만큼은 다 설치하고, 만져보고, 해본다.그러면 간혹 성공할 때도 있다. 미래는 공기에어매트를 킁킁대며 설치했다. 누어 보았더니 바다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와! 편안했다. 아마 홈쇼핑에서 선전하는 간이침대다. 전기로 바람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광고를 보면서 나도 저런 걸 샀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디 놀러가서 저런 침대 하나 있으면 텐트에서 자도 좋을 것 같아서. 난 말도 안했는데 남편이 인터넷쇼핑으로 산 것이다. 문제는 아직 텐트가 없는 것이다.


물침대는 남편이 설치했다. 침대밑을 정리하다 고민거리였던 잃어버린 책을 찾아 기뻤다. 정말 돈으로 줄 뻔한 책이었다. 이 책을 찾으려고 난 집안을 싹 뒤졌는데 안나와 속을 얼마나 썩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찮게 나오다니 정말 좋았다. 침대위에다 물침대를 깔고 물을 넣으며 공기를 뺐다. 남편은 힘들어도 일은 참 잘한다. 나같으면 일하기 싫어서라도 이런 물건 안살 것이다. 물론 돈이 있어도 아마 살 생각도 안한다. 그런데 남편은 땀을 흘려가며 모든 것을 마무리까지 잘 한다.그래서 내가 고개 숙이고 열심히 순종하며 살기도 한다. 나보다는 휠씬 나은 구석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시원했다.아니 추워서 이불 깔고 잤다. 누군가 머리 굉장히 좋다. 침대위에서도 바다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과 시원함을 동시에 주니 아마 반응이 쾌 좋았으리란 생각이다. 돈은 이런 사람이 다 벌어갔을 것 같다.


에어로켓은 비교적 원리가 간단하면서도 잔손이 많이 갔다. 낙화산을 만드는데 실로 연결하는 작업이 있어서 한참을 공들여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빨리 금강공원에 가자고 서둘렀다. 이렇게 날 더운날 아이들을 데리고 정오에 나갔다. 발로 에어펌프를 누르면 플라스틱 로켓막대가 멀리 날아갔다. 로켓발사 장면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계속 주워 오고, 또 발사하고, 하늘 보며 어디만큼 날아갔는지 열심히 살펴 보았다. 땀은 줄줄 흘렀다. 그래도 쉬지 않고 놀았다. 멀찍이 떨어져서 놀았는데도 미래가 쏜 로켓이 우리차를 맞고 떨어졌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넓은 운동장에서만 가지고 놀아야 한다.



집에 돌아와서 에어매트를 아이들방에서 거실로 옮겨 놓았다. 푹신하고 편안하니까 정말 살만 펑펑 찌게 생겼다. TV를 오랫동안 보지 않으려면 각별한 주위가 요망된다.


우리집은 여름나기에는 별장같은 수준이 갖춰졌다. 에어컨에 물침대에 공기침대 정말 생활의 편리함이 골고루 갖춰졌다. 그런데 나만 이상하다. 난 왜 이렇게 밖으로만 나가고 싶어질까? 더구나 토요일과 일요일은 남편과 연휴로 쉴 계획까지 짜여 있는데도 난 오늘 그냥 집을 나서고 싶다. 아마 나홀로 여행이란 책을 너무 열심히 탐독해서 그런 것 같다. 들쑤셔 놓는다는 말이 있는데 아마 내 자신을 너무 부풀려 놓아서 지금 겁잡을 수 없는 모양이다.


사실은 혼자 배낭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가져 보았었다. 20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난 꿈을 꾸고 있었다. 난 서른다섯의 두 아이 엄마이고, 아내이고, 주부인데. 얼른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을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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