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지키는 사람들

닮아서 슬픈 모습 ***자운영***

오월의 신부 2002. 8. 1. 09:13
밤에 잠이 안와서 텔레비젼을 봤다.
마땅치가 않아 체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낯익은 목소리에 잠깐 멈췄다.
병원 24시!
난 이프로를 일부러 보지 않는다.
원래 성격상 생기지도 않은일들을
미리 상상해 수없이 걱정을 하는
내 성격인지라 밝고 좋은것들만 골라보는
경향이 있다.
무서운 것도 보지 않는다.
문득 문득 혼자있을때 생각이 나서...

무엇에 끌리듯 보게된 오늘
왜 이렇게 닮았을까?
나이도 등치도 얼굴표정도 하는 행동들도
아픈 내 동생과 너무도 닮아 보였다.
하얀 마스크를 쓰고 하얀병실 무균실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애처로운 모습
기다려봐야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밖에
올수있는 사람이 없건만...

군입대를 일주일 앞두고 치과를 가기위해
나섰던 외출이 뜻밖의 병명으로 그렇게 길어졌단다.
6개월여 병원에 있다가 그토록 오고 싶어하던
집에 돌아왔건만 첫날만 좋았을뿐
왠종일 컴퓨터앞에만 앉아있는 모습에
부모님은 안쓰러우면서도 화가나고
몸에 해가 될법한 것들은 사사건건 못하게 하니
있는대로 반항하듯 불량학생처럼 부모님을
대하는 모습이었다.

가슴이 아파서 수없이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수록 짜증을 부렸다.
약물치료를 받다보니 살이 많이 쪘다고 한다.
왠종일 집에 있다가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실갱이 끝에 외출을 했지만
막상 갈데가 없어서 서성거리는 모습에
난 너무 많이 눈물이 났다.

친구들과 함께 했던 장소에 찾아가
아직도 그대로인 친구들의 모습을
멍하니 한귀퉁이에서 바라본다.
그토록 좋아했던 춤연습 하는모습을...
내내 거의 같은 옷만 입은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가끔씩 다른옷을 입으라고 권하는 부모님과
실갱이가 벌어진다.

순진한 미소와 일그러진 모습이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
힘닿는한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다며
펑펑 눈물을 쏟는 누나의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 닮아서 또 엉엉울었다.

객지에 나가있는 누나는 옷한벌 사들고
동생을 보기위해 집으로 향한다.
활짝 웃는 얼굴로
누나를 제일먼저 나와 반긴다.
정말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부모님을 대할때와는 달리 농담도
주고 받으며 행복한 모습이다.
웃는 모습이 소년처럼 순진해보인다.

재생불량성빈혈!
약물요법으론 진전이 없어 골수이식을
권한다. 병원에서.
정말 다행이도 맞는 골수가 있어서
기뻐해야할 일임에도 돈이 없음에
자식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는
비통한 부모님은 울고 또 우신다.
노래방에 가서 나는 어떡하라고 라는
노래를 부르시며...

어렵사리 결정을 내린다.
이식을 받기로....
아버지께선 말씀하신다.
자식의 목숨을 구할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수 있다고
있는거 다 처분할꺼라고...
산입에 거미줄 치겠냐고..

부모님의 걱정도 같다.
영원히 같이 있어줄수 없기에
언젠가는 홀로남겨 두고 먼길 떠나야
하는데....
온전치 못한 자식을 혼자 남겨두고
떠나야하는 부모의 심정은 세상 그 어떤
고통에 비할바가 아닐것이다.

막내동생이 너무 너무 보고싶다.
우리들을 많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지난번에 갔을때 옥수수를 따다가
쪄줘서 정말 맛있게 먹고 왔는데.
우리가 가면 정말 반가워하는데
빨리 가서 동생을 기쁘게 해줘야겠다.

오늘 퇴근해온 남편이 차를 폐차시켜야
한다고 말해서 많이 심란했다.
더이상 손을 볼수가 없다고 했단다.
목돈 들어갈 일에 기분이 좀 그랬지만
다 털고 통닭시켜놓고 술도 한잔
남편에게 따라줬더니 좋아했다.
아이들은 먹느라 신났고...
나보다 더 많이 속상해 하는 남편을
위로해준것 같아 나도 대견스럽다.

현재 크게 아파서 고통받는일 없고
가족모두 함께 한집에 모여살수
있는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해준 방송프로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시간 이후로
아이들에게 더 잘하고
남편에게도 더많이 잘하고
많은 맘고생 몸고생하시고 계신
부모님께 정말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일관할수 있는 착한 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아울러 자주 자주 찾아뵐것이다.

골수를 기증받기 위해선
또 수없이 많은 날들을 기다려야한다고 한다.
그렇게 바로되는 것이 아니란다.
맞는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희망이 있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이.학.집!
그 이름도 특이한 그대에게
끝까지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얼른 다 나아서 몇만배로 더 행복하게
잘 살아야된다고...

참 그랬었다.
환자이지만 환자대접받는게 정말
싫다고 말했던것 같다.
참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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