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시집가면 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난 너무 변한 것 같다. 친정엄마가 한 번 다녀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화까지 한 것을 알면서도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격일제근무하는 남편이 걸리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선 어딘가를 향해 가는 마음가짐 자체가 무겁게 느껴져서다. 몸이 피곤하면 아이들 돌보기도 힘들고, 그리고 짜증이 나면 감당할 인내가 없기 때문이다. 첫아이 낳고는 자주 다닌 것 같은데 둘째 낳고부터는 정말 어디 간다는 것이 너무 어렵게 생각되어진다. 부모님 돌아가시면 많은 후회하겠지만 우선은 이런 생각으로 현실에 안주하며 산다.
장녀인 내가 친정일에 신경써야 하는데 그것이 맘뿐이다. 올해는 친정아버지 환갑도 치러야 하는데 난 아무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맘이야 수없이 생각하지만 몸으로는 가지지 않는 친정이다. 쌀을 택배로 보내주시는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없다. 농사지은 모든 것을 다 갖다먹으며 그저 마음속으로 먹을때마다 감사한 마음 가지며 하루해를 보낸다.
내 자식이 이다음에 컸을때도 이러할 것이다. 부모인 나는 자식을 기다릴 것이고, 자식들은 사는데 바빠서 모르는척 지나치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 답답한 생각이 들때는 친정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놀라실까봐 하지는 못한다. 그러다 낮되면 아이들 뒤쫒아다니다 하루해 다 보내고. 그래도 한 번은 찾아뵈어야 할 것 같다. 엄마친구들은 모두 시골에서 떠나 객지로 나가고 엄마만 외롭게 시골에서 지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 일하고, 땀흘리고, 고생하신 것을 외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잠자리가 불편하고 모든 것이 불편해도 마음만은 편한 곳이 친정이기 때문에 가보고 싶다. 친정아버지와 남동생에게도 잠시나마 기쁨을 전해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몹시 더운 여름날 농사 짓느라 바쁘신 분들에게 정말 시원한 냉수와 같은 환한 웃음을 보여주고 싶다.아이들에게도 외가에 가면 소와 염소와 강아지가 있어 너무 좋아한다. 아이들을 예뻐해 주시는 마음이 더없이 반가운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