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같은 날이 시작되는 하루지만 그 날은 달랐다.
친구를 만난다는 기쁨이 있어서 늘 하던 일도 즐겁게 빨리 끝낼 수 있었다.
화장도 더 예쁘게 하고, 얼굴 표정도 밝게 하고 싶었다. 비가 와도 기분이 좋았다.
점심시간이 지나 2시에 터미널로 나갔다.
아들둘하고 친구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다.
난 안떨어지려는 호수를 억지로 떼어놓고 모질게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나와서 마음은 좀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한테서도 해방되고 싶었다.
정말 진지한 이야기든 아니면 수다든 정말 방해 안받고 그런 시간 즐기고 싶었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지는 것일까? 정말 편안한 시간 즐겼다. 아이들 키우는 엄마로써가 아니라
여자인 내 자신으로써 현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정, 아내, 엄마란 역활 빼면 내게서 무엇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34살이 되었는데도 23살 그 때와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뭔가는 해야한다고 늘 조바심 내면서 산 것 같은데 결과가 없다.
그래서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쏟는 내 정성이 있었다해도 그것은 너무 필연적이고 당연한 일이고,달리 만족감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극성 떨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자랐을거란 생각이 들면 그동안 나의 존재는 무엇일까?
지금부터라도 벗어나고 싶은 육아지만 그것은 덜수는 있어도 아예 벗어던질수는 없는 것이다.
날마다 아주 조금씩 영어단어라도 외웠다면 지금은 달라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운전 면허라도 따 놓아야 내 일상이 좀 자유로울 수 있었겠다는 생각, 얼굴이라도 가꾸고 살았으면 기미가 안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떻게든 나를 위한 것들이 생각으로만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옯겼다면 초라하지 않았으리만 생각등등이 대화의 주제였던 것 같다. 아이한테 너무 매달려서 공부 잘 해라, 친구 잘 사귀어라, 책 읽어라, 행동 바르게 해라, 동생과 잘 지내라, 청소해라등 잔소리만 해댄 엄마가 되느라 온 힘을 다 쏟아부은 것 같다. 이제 위험수위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왜"라는 거친 대답이 나가고 나도 모르게 성까지 붙여서 앙칼지게 불러제낀다. 이건 아니다. 친구와 다정스레 말하던 그 모습처럼, 그 목소리처럼 예쁘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 것 같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늘 "아휴, 힘들어"가 입에 붙어 다녔다. 이제 그만이다. 아이들 들볶는 엄마도 아니고, 소리지르는 엄마도 아닌 그냥 푸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친구를 만나서 편한 시간을 즐긴 것은 삶의 행복이었다. 중학교를 이십리씩 걸어다닌 친구와 난 9년을 십리 걸어다녀서 통하는 그것이 있었다. 걷는 것은 자신있고, 표정도 밝은 것은 같았다. 우리의 시골생활은 우리들에게 건강을 아주 크게 선물해 준 것 같다. 이 건강한 힘을 어디에 쏟고 살 것인지 그것이 우리의 현실적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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